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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집안을 본다.’ 라는 말의 의미

by mvincent 2023. 5. 20.

옛날 사람들은 결혼할 때, 그 사람의 ‘집안’을 보고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사람들은 ‘집안을 본다.’라는 말의 의미를 그 집안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 등으로 해석을 합니다.

 

그런데 평범한 옛날 사람들은 ‘집안을 본다.’라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고관대작도 아니고,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대대로 부자도 아니고, 그저 집 한 채 가지고 있고, 평범한 학벌에,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안을 본다.’라는 의미가 어떤 것이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다 공평하게 못살던 60-70년대 사람들에게 ‘집안을 본다.’라는 의미는 지금과는 약간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가령 중매를 하면 매파가 양쪽 집안을 다니면서 이런 저런 호구조사를 하는데,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는 당연히 보았지만,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주요 조사내용은 ‘그 집안에 자살한 사람이 있느냐?’ ‘그 집안에 간질환자가 있느냐?’ ‘그 집안에 미친 사람이 있느냐?’ ‘그 집안에 나병환자가 있느냐?’ 였습니다.

요즘 기준으로는 ‘신경정신과적인 병력’ ‘유전병력’ ‘특이한 병력’ 등입니다.

 

어릴 때 어른들이 상대편 집안 호구조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집도 아무 것도 없으면서 남의 집안은 왜 그렇게 들여다보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경제적인 문제는 살아가면서 열심히 벌면 되는 문제였고, 유난히 ‘병력’에 집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집들도 특이한 병력, 특히 ‘신경정신과적인 병력’을 가지고 있는 집안은 혼사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보니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되었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참 현명했구나.’라고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입고, 못 살던 시절인지라, 경제적인 건 기본만 해도 통과였고,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더 치중하던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심신’만 건강하면 ‘어떻게든 살아가고, 언젠가는 먹고 살만해지고, 부지런을 떨면 어쩌면 부자도 되겠지.’라고 여겼던 시대였습니다.

 

세월이 지나, 세상은 먹고 살만해졌고, 물질적으로는 더 풍요로워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황폐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수많은 ‘신경정신과적인 병들’이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공황장애, 의부증, 의처증, 조현병 등

 

그런데 사람들은 ‘집안’을 본다면서도 돈은 많은지, 부동산이 있는지, 학벌은 좋은지, 직업은 괜찮은지, 키는 큰지, 얼굴은 잘 생겼는지 등 물질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만 그렇게 열심히 체크하고, 예전 사람들이 중요시하던 ‘신경정신과적인 병력’ 즉 정작 중요한 정신의 건강은 체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집안(?)과 결혼했는데도,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와서 ‘집안을 보고 결혼하다.’라고 말하면, 꼭 제가 어릴 때의 경험담을 이야기 해 드립니다.

“내가 어릴 때 ‘집안을 본다.’라고 할 때는 지금과 약간은 다른 의미였다. ‘병력’ 그 중에서도 특히 ‘신경정신과적인 병력’을 많이 봤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물질적인 것에만 너무 치중하지 말고, 이 부분도 참고해라.”라는 내용입니다.

 

마음이 병든 사람과 평생을 사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부디 ‘집안을 볼 때’는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길 기원합니다.